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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놀이만 고집하는 아이, 발달 문제일까? (영유아 놀이 반복의 의미)

by 벼로이 2025. 12. 16.

같은 놀이만 고집하는 아이를 보며
영유아와 놀이를 하다 보면 보호자나 교사라면 한 번쯤 비슷한 장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새로운 놀잇감을 준비해 두어도 손도 대지 않고,
늘 하던 놀이만 반복해서 선택하는 아이의 모습입니다.

블록을 쌓고 또 쌓거나,
자동차를 같은 방향으로 굴리고,
이미 익숙한 퍼즐만 꺼내 와 반복하는 모습이 계속되면
어른의 마음에는 자연스럽게 걱정이 따라옵니다.

“다른 놀이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
“이렇게 한 가지만 계속해도 괜찮은 걸까?”

현장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보며 느낀 점은,
같은 놀이를 반복해서 선택하는 행동이 곧바로 발달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같은 놀이만 선택하는 이유

영유아 발달 과정에서 놀이는
항상 ‘다양함’보다 안정감이 먼저 필요한 시기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이에게 익숙한 놀이는
이미 과정과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
그래서 같은 놀이를 반복하는 동안
아이의 몸과 마음은 훨씬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특히 환경의 변화가 있었을 때,
낯선 사람이나 새로운 자극이 많아졌을 때,
정서적으로 안정이 필요한 시기에는
아이들이 더 익숙한 놀이로 돌아오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는 회피가 아니라,
스스로를 안정시키는 방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교사가 같은 놀이를 해석하는 기준

현장에서는
“왜 이것만 하느냐”라고 묻기보다
이 놀이 안에서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늘 같은 놀이처럼 보여도,
아이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면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 놀이를 시작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거나
  • 사용하는 방법이 이전과 조금 달라지거나
  • 혼자 하던 놀이 중 주변 소리나 사람을 의식하는 순간이 늘어나는 모습

같은 놀이를 반복하고 있지만,
아이 안에서는 감각·인지·정서가 천천히 자라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놀이를 고집해도 괜찮은 경우

다음과 같은 모습이 함께 보인다면,
지나친 걱정보다는 지켜봄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놀이 중 표정이 안정적이고
  • 놀이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며
  • 같은 놀이 안에서도 시도 방식에 미세한 변화가 있고
  • 교사나 보호자의 말, 주변 소리에 대한 반응이 유지되는 경우

이럴 때 아이는
지금 그 놀이를 통해 충분히 배우고 정리하고 있는 중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도움을 고민해 볼 시점은 언제일까

모든 놀이 반복이 자연스러운 발달 범위에 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찰이 조금 더 필요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 같은 놀이가 계속되지만 확장이 전혀 나타나지 않거나
  • 새로운 제안에 강한 거부 반응이 지속되거나
  • 놀이 중 긴장감·불안한 행동이 함께 반복된다면

이 경우에는
놀이를 억지로 바꾸기보다,
기존 놀이를 유지한 채 아주 작은 변형 요소를 더해 주는 방식이 도움이 됩니다.


연령에 따라 다르게 바라보는 놀이 고집

만 0세~만 1세 영아
익숙한 감각과 움직임을 반복하며
세상과 자신을 연결해 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놀이 고집은
발달적으로 매우 자연스럽고 건강한 모습입니다.

만 1세~만 2세 이후로 넘어가면서는
선택과 고집이 조금씩 분화됩니다.

이 시기에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되,
놀이가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는 환경을
조용히 준비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로서 같은 놀이를 바라보는 시선

아이에게 놀이를 바꾸는 힘은
어른의 말보다,
아이 안에서 준비되는 순간에 더 잘 나타납니다.

같은 놀이를 오래 붙잡고 있는 시간은
정체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일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선택을 조금 더 믿고 기다려보는 것,
그것이 같은 놀이를 고집하는 아이를 대하는
교사와 보호자의 가장 중요한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