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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느린 아이, 언제까지 기다려도 될까? (언어발달 시기·부모가 살펴볼 기준)

by 벼로이 2025. 12. 17.

아이의 말을 기다리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또래 아이가 단어를 술술 말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비교하게 되고, “우리 아이는 왜 아직 말을 안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을 하다가 오히려 더 불안해져서 휴대폰을 내려놓는 날도 생기지요.

그래서 오늘은 말이 느린 아이를 두고 많은 보호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언제까지 기다려도 될까?’에 대해 조금 더 현실적인 시선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말이 느리다는 것, 바로 문제가 될까요?

먼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말이 느리다는 것 자체가 곧 문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영유아 발달에서 언어 발달은 개인차가 매우 큰 영역입니다. 같은 나이라도 어떤 아이는 신체 움직임이 먼저 발달하고, 어떤 아이는 언어가 먼저 트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만 0~2세 시기에는 말하기보다 이해력이 먼저 자라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아이가 말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보호자의 말을 알아듣고, 상황을 이해하며, 요청에 반응하고 있다면 언어 발달의 기초는 이미 형성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다려도 되는 경우와 살펴봐야 할 경우

아이의 말이 느릴 때 보호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지금 기다려도 괜찮은 상태인지’입니다. 이 질문에 정확한 개월 수로 답을 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소통 모습을 통해 방향을 가늠해 볼 수는 있습니다.

말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눈맞춤이 잘 되고,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하며, 보호자의 말에 의미 있게 반응하고, 자신의 요구를 행동이나 소리로 표현한다면 대부분은 발달 흐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 대신 이미 소통하고 있는 아이들

말이 느린 아이들 중에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도 충분히 의사 표현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으로 가리키거나, 보호자를 끌어당기거나, 소리나 표정으로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이미 자기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중요한 것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통이 없는 상태’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는 이미 관계를 맺고, 의사를 전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신호

기다림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보호자가 함께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신호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거의 없거나, 눈 맞춤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보호자의 말에 대한 이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경우는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이전에는 하던 소리나 단어가 점점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경우 역시 기다림보다는 점검이 필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말이 느린 아이를 키우며 흔히 하는 실수

말이 느린 아이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보호자가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말을 대신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손으로 가리키면 바로 물건을 주고, 소리만 내도 보호자가 먼저 알아채서 행동해 주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물론 아이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런 경험이 계속되면 아이는 굳이 말을 시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의 행동을 “이거?”, “물?”, “공?”처럼 짧은 말로 짚어주고, 아이가 따라 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말을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언어는 학습 과제가 아니라 소통의 도구입니다. “따라 해봐”, “이렇게 말해야지”와 같은 반복적인 요구는 오히려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아이의 행동과 상황을 말로 설명해주고, 일상 속에서 같은 표현을 자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언어 자극이 됩니다. 자연스럽게 쓰이는 말은 아이에게 더 오래 남습니다.

기다림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기다린다는 것은 아이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말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과정입니다. 아이가 소리를 내면 반응해 주고, 짧은 말로 대화를 이어가며, 아이의 말 시도를 끊지 않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특히 말이 느린 아이일수록 보호자의 여유는 아이에게 큰 안정감이 됩니다.

주변의 말보다 중요한 것

말이 느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직도 말을 안 해?”, “이제는 좀 해야 하지 않아?” 같은 주변의 말이 더 크게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 발달은 누구와 경쟁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아이는 자기 속도로 준비가 되었을 때 말을 시작합니다. 그 시점은 생각보다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무리하며

‘언제까지 기다려도 될까’라는 질문의 답은 아이의 전체적인 소통 모습과 함께 봐야 합니다. 이해하고, 반응하고, 관계를 맺고 있다면 대부분은 조금 더 기다려볼 수 있습니다.

만약 보호자가 보기에 전반적인 소통 자체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말이 느린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닙니다. 아이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정리하며 말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아이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는 아닙니다. 아이는 자기 속도로 분명히 자라고 있고,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호자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